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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현 글루가 대표 - 창업부터 ‘글로벌’ 시장 노렸다

유기현 글루가 대표 - 창업부터 ‘글로벌’ 시장 노렸다

뉴스 보도 일자 : 2026년 9월 29일

2026.09.29

[고속 성장 스타트업의 비밀]
인터뷰 ② 유기현 글루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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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현 글루가 대표.

‘남자가 네일 시장에?’ 유기현 글루가 대표가 네일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주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수차례 창업했다가 실패한 끝에 발견한 네일 시장에서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라면, 그냥 그 길로 가자’는 의지를 담아 회사 이름도 ‘글루가(glluga)’라고 지었다. 반경화 젤에서 시작해 소비자 직접 판매(D2C)와 글로벌 시장,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성장축을 넓혀온 유 대표에게 글루가만의 고속 성장 공식을 들었다.

네일숍은 흔히 여성들의 공간으로 여겨진다. 네일과 별다른 접점이 없던 유기현 글루가 대표가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주변 여성들을 지켜보면서였다. 유 대표는 “어머니나 여자 친구가 네일숍에 다녀오면 유난히 좋아했지만 정작 자주 방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가격과 시간이 부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별한 날에만 네일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당시 시중에서 판매되던 붙이는 네일 제품은 어땠을까. 여성 대다수는 “그런 제품은 다른 사람에게 손을 보여주기 부끄러울 정도로 네일숍에서 받는 것과 품질 차이가 크다”고 답했다. 유 대표의 사업 구상은 역설적이게도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네일숍에서 받은 것과 최대한 비슷한 품질의 셀프 네일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사업을 시작하자 네일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도 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에서 네일을 즐기는 소비자가 아직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기존 네일숍 고객을 셀프 네일로 옮겨오는 것보다, 아직 네일을 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더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패 끝에 찾은 시장, 그리고 반경화 젤

“대학 시절 대기업에서 몇 달간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하는 회사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저 역시 언젠가는 글로벌 1등을 목표로 의미 있는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창하게 준비해서 도전하기보다, 명확한 방향을 찾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단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이후 6~7개 아이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는데, 마지막으로 발견한 시장이 네일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당시 셀프 네일 제품은 플라스틱이나 우레탄 소재의 스티커 형태가 많았다. 네일숍에서 바른 것과 비슷한 품질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붙일 때는 손톱 굴곡에 밀착될 만큼 유연해야 하고 붙인 뒤에는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단단해져야 했다. 유 대표는 “네일숍에서 사용하는 액상 젤을 반고체 상태로 만들어 붙이고 나머지를 경화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실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선 전문가를 찾아야 했다. 필름·코팅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직접 도움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전문가를 만났고 “이 아이디어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인몰드 데코레이션(In-Mold Decoration)’ 기술과 유사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기술의 핵심은 젤을 완전히 굳히지 않고 일정 부분만 경화하는 공정이었다. 네일숍에서 사용하는 젤 성분을 기반으로 반경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2~3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6개월이면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샘플이 나올 때마다 네일숍 원장들에게 제품을 보여주며 품질을 확인했다.

완성한 기술은 특허로도 이어졌다. 글루가는 젤 네일 스티커 및 제조 방법, 반경화 젤 네일 스티커, 네일아트용 접착제 및 네일아트, 네일용 자외선 경화기 등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현재 기업부설연구소를 두고 연구소장을 포함한 연구원 5명이 후속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 개발에 이어 고객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유 대표는 공동창업자와 함께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다. 부스는 판매장이 아니라 제품 시연 공간처럼 운영했다. 어린아이부터 다양한 인종의 방문객에게 직접 네일 제품을 붙여주며 반응을 살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네일은 꾸민 손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준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서 OEM 주문을 받았고, 국내로 돌아와 생산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D2C로 키우고 OEM으로 넓힌다

글루가는 자체 네일 브랜드 ‘오호라(ohora)’라는 이름으로 제품들을 선보인다. 대표 제품인 ‘세미큐어젤 네일 스트립’은 반경화 상태의 젤 스트립을 손톱에 붙인 뒤 굳혀 완성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손톱 위에 올려 눌러 붙이는 방식의 ‘100% 리얼 젤 프레스온’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유 대표는 “네일숍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젤 네일과 오호라 제품은 손톱에 부착되는 방식이 다르다”며 “손톱 손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이 대체로 2~3주마다 디자인을 바꾼다”며 특별한 날뿐 아니라 일상에서 취향에 따라 디자인을 바꿔 즐기는 고객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에 성공한 뒤엔 또 다른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판매 방식이었다.

“신규 브랜드가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에 들어가면 진열할 수 있는 디자인이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통망과 어느 정도 관계를 쌓은 기존 브랜드들은 수십 개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 네일 시장에서 신규 브랜드인 우리에겐 선택지가 적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글루가는 수백 개 디자인을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소비자 직접 판매(D2C) 방식을 택했다. 반경화 젤이라는 새로운 제품의 특징과 사용법을 고객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다는 점도 D2C를 선택한 이유였다. 현재 글루가 매출의 80% 이상이 온라인에서 나온다.

글루가는 별도의 콘텐트 제작 조직을 두고 제품 사용법과 디자인을 알리는 콘텐트도 직접 만든다. 촬영과 제작은 직원들이 직접 담당한다. 콘텐트에 등장하는 손 모델로 직원이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유 대표는 자체 제작 콘텐트 가운데 별도의 광고 없이 조회수 1억 회를 기록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트 제작은 바이럴마케팅 전략과 맞물린다. 글루가는 20~30대 여성 트렌드세터를 핵심 타깃으로 삼아 ‘클린 걸(clean girl)’ 무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고객층에 맞는 인플루언서를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와 신규 유입을 확보한다.

D2C로 오호라를 성장시킨 글루가가 새롭게 키우고 있는 또 다른 축은 OEM이다. 국가와 인종, 연령에 따라 네일을 즐기는 방식과 취향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전 세계 고객이 오호라라는 하나의 브랜드에 만족하게 하려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우리 혼자서 전 세계 네일 문화를 빠르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테스트한 것이 독일의 한 네일 브랜드와의 협업이었습니다.”

유 대표는 이를 계기로 모든 국가와 고객을 직접 공략하기보다 좋은 파트너를 선별해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새로운 성장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글루가는 팩토리 사업과 브랜드 사업으로 나눠 팩토리 부문에서 OEM을 중요한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글로벌 OEM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와 치러야 하는 가격경쟁도 피할 수 없다.

“단가만 놓고 보면 중국 업체들과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글로벌 파트너들이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품질의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OEM 산업을 직접 살펴보면서 이 시장이 아주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OEM 사업을 전략적으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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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가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전시와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현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현장.

창업부터 '본 투 글로벌'이 목표

유 대표는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네일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야 큰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부터 해외 매출이 컸던 것은 아니다. 2015년 법인 설립 뒤 한동안은 국내 매출 비중이 100%에 달했다. 국내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던 초기와 달리, 각 국가에 맞는 현지화에 집중하면서 사업의 무게중심은 해외로 옮겨갔다.

“현재 국내 매출 비중은 10%도 되지 않고 대부분이 해외 매출입니다. 올해는 미국 매출 비중이 40%로 가장 크고 일본이 30%로 뒤를 잇습니다. 나머지 20%는 유럽을 비롯한 기타 국가에서 나옵니다. 미국 시장에서 카테고리 선두 자리에 빠르게 오른 배경으로는 앞서 소개한 바이럴마케팅 전략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입지를 오프라인으로 넓히는 것도 과제다. D2C를 통해 제품을 알리고 고객 반응을 확인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오호라를 만날 수 있는 유통 경로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사업이 커질수록 국가별 문화와 소비자의 취향 차이에 대응하는 일도 중요해진다.

“글루가는 주력 국가마다 300~400개 디자인을 운영하는데, 글로벌 전체로 보면 수천 개에 이르는 재고관리단위(SKU)를 관리합니다. 재고와 현금흐름을 관리하면서 국가마다 다른 디자인 취향까지 맞춰야 한다는 점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 사업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쿄 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문화를 잘 아는 인력들이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지화 전략이 가장 뚜렷한 성과로 이어진 시장은 일본이다. 진출 2년 만에 매출 200억원을 기록했다. 여러 나라 가운데 재구매율이 가장 높고 광고비 비중은 가장 낮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 대표는 “제품을 경험하고 만족한 고객들의 입소문이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매출 1000억원 기로에서 성장의 질을 묻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함께 회사의 외형도 커졌다. 매출은 2023년 약 562억원에서 2024년 673억원으로 늘었다가 2025년 655억원으로 소폭 줄었고, 올해는 1000억원이 목표다. 사업 영역과 진출 국가가 늘면서 성장 단계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최근에는 브랜드와 생산, 콘텐트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원이 80~9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86명입니다. 1년 만에 두 배가량 늘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좋은 인재를 모시는 게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창업 초기 유 대표와 함께 회사를 시작한 두 공동창업자는 지금도 팩토리, 브랜드 등 주요 사업을 맡고 있다.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계획이다.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매출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유 대표는 단기적인 외형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했다. 고객이 계속 선택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제품의 품질과 혁신을 유지해가는 건 기본이다.

“회사의 문화는 CEO가 무엇을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제품의 품질과 혁신을 최우선에 둡니다. 고객이 ‘우와’ 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빨리 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원칙은 네일 시장 자체를 보는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유 대표는 “네일을 K뷰티 속 하위 시장이 아니라 독자적인 글로벌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에는 수십 년간 시장을 이끌어온 대형 네일 브랜드들이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 OEM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브랜드만 다르게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반면 글루가는 제품 개발부터 생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는다. 유 대표는 “자체 기술로 새로운 제품 유형을 만들고 생산 역량을 확보한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브랜드들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없던 공정이다 보니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기계와 자동화 시스템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계속 높여간다면 장기적인 지속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규모의 경제가 안착하면 이익률도 그만큼 높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루가가 꼽은 핵심 시장은 역시 미국이다.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현지 소비자가 네일 브랜드 하면 오호라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입지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다음 확장 영역은 핸드·풋 케어다. 네일에서 쌓은 기술과 고객 기반을 인접 시장으로 넓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유 대표는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이더라도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톱을 예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손 자체를 가꾸는 것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신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할 계획입니다. 단순히 다른 브랜드보다 빨리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고객에게 주는 차별화된 경험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글루가는 아직 그 과정에 있는 회사입니다.”

출처 : 포브스코리아(Forbes Korea)(https://www.forbeskorea.co.kr) ㅣ 여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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